애드센스


[신촌] 머노까머나 - 추억은 추억으로... ToT 돼지꿀꿀

어제 수요미식회 재방송을 봤습니다. 주제가 '카레' 였고 인도 커리 일본 카레 등등 여러 종류의 카레들이 잔뜩 나오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카레를 매우 좋아합니다. 집에서 해 먹을 때는 한 솥 끓여놓으면 한 끼에 몽땅 다 먹고 배를 두들기고 있다고 아내가 한숨 쉬며 돼지라고 부르곤 합니다. 그리고 종류도 가리지 않습니다. 코코이찌방야나 아비꼬 같은 일본식 카레, 삿포로랑 후라노에서 먹었던 스프카레, (정통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에서 먹었던 인도/네팔식 커리, 한국식 3분 카레 모두 다 좋아하는 편입니다.

단, 학교 급식, 군대 짬밥, 회사 구내식당 카레 같은 건 먹어도 먹어도 적응이 안 되더군요...


짬카레...


짬보다 백 배 나은 분말카레. 3분 데워먹는 인스턴트도 맛있습니다 카레여왕 찬양해



집에서 TV를 보며 카레 해먹자 여기 갈까 저기 갈까 하며 노닥거리던 와중 갑자기 예전에 좋아했던 카레집이 생각났습니다.

2003년인지 2004년인지 하여튼 이국적인 색깔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학교 근처에 갑자기 생긴 가게였는데,
- (당시 학생 주머니로는) 약간 비싸긴 했지만 좀 특이한 음식이었고
- 사장님이 한국말은 잘 못 하시지만 더듬더듬 열심히 서빙하셔서 괜히 대접받는 것 같고 좋았고
- 음식도 맛있고 인테리어도 괜찮았는데
- 왠지 모르게 사람이 별로 없어서

가게가 금방 망하지 않기를 바라며 자주 갔던 기억이 났습니다.
스무살 초반 비리비리한 남자애가 비어있는 가게에 쭈삣쭈삣 혼자 들어가서 카레랑 난 주세여 ☞☜ 하고 우걱우걱 먹고 있는 건 그 때 기준으로 일반적인 풍경은 아니었던 것 같기는 합니다...


군대 다녀오고 나서도 몇 번 갔지만 그 때는 이미 신촌이 나와바리가 아니게 된 지 좀 되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건 2009년인가 2010년인가 그랬던 것 같은데요... 그 때도 가게가 계속 영업하고 있는 데에 한 번 놀랐고 맛도 크게 변하지 않았음에 두 번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2015년이 된 이 시점에 추억의 가게를 다시 방문해보기로 했습니다.



(가게 간판)

2층에 있습니다.
백암순대국 소개 아닙니다.


(기본 세팅)

구석 자리에 앉았더니 좀 어둑어둑하네요. 사진도 흔들리고...
예전에 왔을 때보다 좀 더 어두워진 느낌입니다. 원형 테이블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없어진 것 같네요. 아니면 원래부터 없었나? -.-; 온 지 오래돼서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 납니다.


(메뉴)


이 외에도 베지터블/치킨/램/씨푸드 4종의 커리 파스타나 각종 볶음면, 야채/치킨/머튼/해물 커리(는 큰 카테고리고 여러 가지 종류를 고를 수 있습니다), 라씨 등 음료 등이 있었습니다만 사진이 모조리 흔들려서...... 이게 다 찍사 탓입니다 메뉴는 네이버 블로그에도 많으니 거기 가서 보세요.

죄송 -.-;


저희는 머노까머나 A 세트를 시켰습니다. 1인당 15000원
요 세트는 2인 이상만 시킬 수 있는 메뉴인데, 예전에 혼자 다닐 때에는 먹을 수가 없었는데 이제는 이런 걸 시킬 수도 있네요. 마누라 찬양 ToT

플레인 밥, 플레인 난, 플레인 라씨 2잔이 포함되어 있는데, 밥/난은 추가금을 내고 다른 종류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아마 라씨도 바꿀 수 있었을 듯 하네요.


(그린 샐러드)


저 위에 빨간 소스는 마지막으로 왔을 때까지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매콤한 맛이 나는 케챱?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분명 내 기억 속의 이 가게 그린 샐러드는 뭔가 상큼한 맛의 드레싱이 올라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소스 자체가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뭔가 '그린 샐러드' 라는 이름하고도 안 어울리고, 풀이랑 같이 먹기에도 좀 미묘하고, 애매한 맛이었습니다. 예전의 소스를 돌려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 소스가 뭔지도 기억이 잘 안 나네요 -_-;


(탄두리 치킨)


단품 탄두리 치킨은 16000원짜리랑 9000원짜리 두 가지 사이즈가 있는데, 이건 아마 9000원짜리 하프 사이즈인 것 같습니다.

인도 요리에 정통하다거나 많은 경험이 있다거나 한 건 아닌데, 요거는 좀 퍽퍽한 감도 없잖아 있고, 양념이 배어든 정도나 양념 자체도 좀 약한 것 같았습니다. 뭐 사실 이 집 옛날에 자주 다닐 때에도 탄두리 치킨을 즐겼다기보다는 양고기 커리나 각종 난 위주로 먹어왔었기 때문에, 그냥 원래부터 그랬고 지금도 그렇구나... 정도의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이 나온 양파가 달짝지근하고 매우 맛있어서, 양파랑 같이 먹으면 좀 낫다 싶었네요.


(라씨)


여기 라씨 걸쭉하니 맛있습니다. 너무 달거나 자극적이거나 하지도 않고요.
원래 어떤 게 원조인지는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라씨를 처음 먹어본 게 이 가게의 걸쭉한 스타일이라, 좀 묽은 것들보다는 이게 더 마음에 드네요.


(치킨 마크니)


여기 많이 왔지만 매번 양고기 아니면 시금치 커리를 먹어왔었는데, A세트에서는 시금치 아니면 치킨 두 개 중에 선택해야 했고 와이프가 시금치를 안 좋아해서 -.-;;; 할 수 없이 닭고기 커리를 시켰습니다만,

맛있네요?

단 맛도 살짝 돌면서 은은하게 매콤한 끼도 좀 있고(맵지는 않고),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저보고 시켜먹으라고 하면 양고기를 시키겠지만; 닭도 좋은 선택 같네요. 만족


(버터 난)


추가금을 내고 시킨 버터 난입니다.

여기서 버터 난 갈릭 난 스위트 난 기타 여러 가지 난을 먹어봤는데, 쫄깃하고 참 여러 모로 맛있습니다. 지뢰가 없고 모든 난이 각자 다르게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바삭한 감은 별로 없습니다만... 쫄깃한 빵 느낌으로 커리 찍어 먹기에는 참 좋은 것 같네요.


(바스마티 라이스)


훌훌 날아다니는 바스마티 라이스입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아무래도 커리를 먹을 때에는 날아다니는 밥들이 좀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괜찮았어요.





음식 자체는 타 지역에서 굳이 찾아올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촌 근처에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수준이고, 만족하면서 먹었습니다. 단, 그린 샐러드에 얹힌 소스가 변한 건 아쉽네요... 이게 예전하고 달라서 아쉬운 것도 있지만, 전체 코스 중에 좀 상큼한 게 하나쯤 있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인테리어나 분위기가 약간 변하긴 했지만 전체적 느낌은 그대로였고, 사람이 늘어서 약간 더 시끄러워진 것 말고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일하시는 분께서 서빙이랑 계산을 혼자 하셔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친절한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불친절하다는 얘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만, 마치 "나는 일을 하고 있고 너한테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 주고 계산을 하겠다. 끝" 같은 분위기가 풍기시더라구요.

예전에 계속 계시던 네팔인? 인도인? 사장님과 약간 비교가 되고 좀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말이 잘 안 통하더라도 이것저것 물어봐주시고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찾아보니 대학로랑 안암에 분점이 새로 생겼던데, 가게를 확장하시면서 사장님도 다른 곳으로 옮기셨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많이 없던 가게가 성공해서 분점까지 내신 것은 축하해 드려야 할 일인데... 하지만 뭔가 십 년 전에 어린이일 때 혼자 와서 편안하게 먹던 그 분위기는 이제 없어진 것 같아서 아쉽고 씁쓸하네요.


덧글

  • ㅇㅁㅇ 2015/08/16 22:26 # 삭제 답글

    잉ㅜㅜ그날만 서빙하시는 분이 인도인?네팔인 남자분이 아니셨나봐여~ 평소에 갈 때는 항상 멋진 미소를 지으며 반겨주ㅇ셨는데..! 못 보셨다니 아쉽네요
  • Anonymous 2015/08/18 15:15 #

    아 아직 계신가보네요, 다행입니다.
    사장님 보고싶어요 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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