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센스


기업들은 왜 특허를 침해하고 모르는 척 입을 씻는가? 특허

제목의 질문에 대한 답: 실제로는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고, 혹은 침해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1. 왜 기술을 가져다 쓰고 돈을 안 주는가?


(짤이_곧_내용.jpg)



Q: 왜 기업들은 특허를 가져다 쓰기만 하고 거기에 따르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걸까요?
A: 그 특허를 가져다 쓴 적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실제로 그 특허를 가져다 쓴 적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편에서 아래와 같은 예시를 들었습니다.

- 어떤 사람이 나한테 특허를 들고 돈을 달라고 찾아왔습니다. 그 특허에 적힌 기술의 컨셉을 보니, 일견 우리 제품과 컨셉이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청구항에 적힌 내용을 보니 우리 제품과 다른 점이 있어서 특허를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우리는 특허권자에게 돈을 줘야 할까요?

- 특허에 적힌 내용이 우리 제품에 있는 내용과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특허보다 먼저 세상에 발표된 공개 자료가 있네요. 이에 따르면 그 특허는 무효인 것 같습니다. 그럼 특허권자에게 돈을 줘야 할까요?


당신이 기업의 사장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우리 제품과 특허 내용이 자세히 뜯어보니 눈꼽만큼 달라서 돈을 안 줘도 되거나, 그 특허보다 먼저 나온 자료가 있어서 돈을 안 줘도 되는데, 그런데도 안 줘도 되는 돈을 줘야 할까요?


2. 왜 돈을 안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가?


(다시 한 번 등장하는 예시 내용)


개인발명가나 중소기업, 그냥 기사만 읽어본 비업계인, 혹은 기술을 열심히 개발하고 계신 현직 업계인 등 특허에 대한 지식이 없는 분들은 일반적으로 '특허 제목' 혹은 '특허 요약' 이 곧 '특허 권리' 인 것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위에 예시로 든 그림에서는, '클릭 휠을 사용' 혹은 조금 더 나가면 '클릭 휠을 A방법으로 사용' 하는 것이 저 특허의 권리인 것처럼 생각하곤 하죠. 그리고 신문 기사에도 '클릭 휠 특허' 를 침해했다. 는 식으로 나오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특허권자가 가진 권리는 그보다 훨씬 좁은 범위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여기에서 서로간의 입장 차이가 생기는 거죠.


특허권자는 '저 놈들은 내 클릭 휠 기술을 써 놓고 뭔 핑계를 대면서 안 썼다고 우기는 건가?' 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에서는 '실제로 사용한 기술과 특허에 있는 기술과 다른 점이 있는데 왜 돈을 줘야 하지?' 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기사만 보는 일반인들은 '클릭 휠 특허라는데 그럼 침해한 거 아님? 대기업의 횡포구만... 안 썼다고 우기다가 소송하고 끝까지 가서 지면 돈 조금 주고 막겠지' 라고 생각하게 되죠. 여기에서 '대기업의 횡포' 라는 내용이 머리에 들어가는 순간 실제 특허 내용이 어쩌고 하는 소리는 씨알도 안 먹히게 됩니다. 대기업의 변명이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


3. 그럼 왜 비슷한 기술을 쓰는가? 처음부터 안 쓰면 되잖음?


웬만한 기업이라면, 대기업이라면 특히 제품 개발하기 전 관련 특허가 있는지 찾아보게 됩니다. 내부 연구원도 찾아보고, 관련 특허팀 일부에서 찾아볼 수도 있겠고, 외부에 돈을 주고 맡겨서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기업마다 문화도 방법도 다르고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겠죠.

그런데 이렇게 찾아본다고 다 찾을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런 특허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마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보다는 '있는지 모를 것이다' 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네요. 못 찾는 거죠. 특허마다 같은 기술에 대한 표현이 다 다를 뿐더러, 혹은 일부러 쉽게 찾지 못할 정도로 어렵게 꼬아서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4. 특허 침해 주장을 받았을 때 기업의 대응


기존 특허를 열심히 찾았지만 못 찾았고, 그래서 이제 열심히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만들어 놨더니 어느 날 특허권자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이게 자기 기술이라고 돈을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이제 기업에서는 그 특허와 자료를 가지고 다시 분석해서 결과를 얻은 후, 아래와 같은 단계로 진행하게 됩니다.


a. 제품과 특허 기술의 일치 여부: 일치하지 않는 경우 돈을 주지 않는다. 일치하는 경우 b로
b. 특허 기술의 무효 여부: 기존 자료 때문에 특허가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 돈을 주지 않는다. 무효 자료가 애매한 경우 c로
c. 일치하고 무효도 아닌 경우, 로열티 협상 진행


글로 써 놓으면 합리적인 것 같지만, 특허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일 투성이입니다. 내가 개발한 기술을 말도 없이 가져다 쓰는 주제에 돈도 안 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심사관에게 인정받은 내 소중한 특허가 무효라고 생떼를 쓰며, 높은 허들을 넘어 로열티 협상 단계까지 왔는데 쥐똥만한 금액을 가지고 이거 먹고 떨어지라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 특허와 제품이 다르거나', '기존 자료가 있거나', '법정에 가도 그 이상의 금액을 받기 힘들거나' 세 가지로 귀결되곤 합니다. 그리고 이제 분노한 특허권자가 '대기업의 횡포' 라며 언론과 접촉하고, 기사가 터지고, 사람들이 욕을 하게 되죠.


5. 실제 예시


삼성전자, 갤럭시S4 '사운드 앤 샷' 국내서 특허 소송


위 기사에서 나온 특허는 정황상 KR10-1031291 "음성 사진 촬영 장치 및 방법" 인 것으로 보입니다.

청구항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청구항 1]

음성 사진 촬영 장치에 있어서,

피사체에 대한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 촬영부,

상기 음성 사진 촬영 장치 주변의 음성을 기 설정된 시간의 음성 블록 단위로 녹음하여 저장하는 음성 분할 녹음부, 및

상기 피사체가 촬영되는 경우에, 촬영 시점에 대응되는 음성 블록 및 상기 촬영 시점에 대응되는 음성 블록 전후의 기 설정된 개수의 음성 블록을 상기 촬영된 사진과 함께 저장하는 음성 사진 저장부

를 포함하는, 음성 사진 촬영 장치.



갤럭시 스마트폰의 사운드 앤 샷 기능과 일치하는 것 같나요?
특허권자도 그렇다고 판단해서 소송을 하게 되었겠죠.
실제로 그런지 하나하나 좀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사진 촬영부에는 별로 특이한 점이 없는 것 같습니다.

2) 음성 분할 녹음부에서는 사진 촬영장치 주변의 음성을 '기 설정된 시간' 의 '음성 블록' 단위로 녹음하여 저장해야 합니다. 시간이 미리 설정되어 있지 않거나 '음성 블록' 단위가 아니라면 제품과 특허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죠. 실제 그런지에 대한 판단은 삼성전자 연구원이 하실 수 있을 겁니다.

3) '촬영 시점에 대응되는 음성 블록 및 그 '전후'의 '기 설정된 개수' 의 음성 블록' 을 사진과 함께 저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5초에 사진을 찍었고 음성은 13초부터 17초까지 저장이 되었다면 특허와 제품이 일치한다고 볼 수 있겠죠. 다만, 15초에 사진을 찍고 나서 15초부터 20초까지 음성이 저장되었다고 한다면, 이건 '전후' 가 아니라 그냥 '후' 니까 일치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저 기능은 사진을 찍은 후 음성을 녹음하는 기능인 것으로 알고 있고, 아마 3) 에서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정이 났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떻게 되었는지 한 번 찾아보았습니다.




침해하고 말고를 떠나서 기존 자료 때문에 무효가 돼서 망했네요.


2013100002051A.pdf (무효 심결문 전문)


저 기사가 뜨는 시점에는 "삼성 같은 대기업이 개인발명가의 특허를 도용하다니 어휴 카피캣!" 이라는 반응이 많았겠지만, 보통 이런 식으로 끝나곤 합니다. 사실 무효가 아니면서도 침해판결을 받을 만큼 좋은 특허를 쓰는 것이 쉽지가 않죠.


6. 안 좋은 사례


물론 특허권자들이 주장하는 대로 대기업이 횡포를 부리는 경우, 즉 '일부러 가져다가 쓰는 경우' 도 아예 없지는 않을 겁니다. 다이나믹 헬조선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죠. 흔한 사례 중 하나는, '개인발명가와 기업이 미팅을 했는데, 어느 날 보니 기업에서 개인발명가의 특허를 도용하고 돈 한 푼 안 주면서 우리 제품과 당신의 특허는 다른 거셈ㅋ 억울하면 소송하든가ㅋ' 라고 하는 건데요...

문제는 이게 실제로 '일부러 가져다 쓴 건지' 판단하기가 애매하다는 것일 수도 있고요, 또 아예 나쁜 마음을 먹고 일부러 컨셉을 가져다 썼지만 기존 특허 권리범위에서 살짝 비껴날 수 있을 정도로 카피를 했기 때문에; 기존 특허 가지고서는 침해판결을 받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른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특허 청구항 작성부터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아서 좀 답이 없는 경우인데... 법적으로 어떻게 구제를 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그저 처음부터 실력 좋고 비싼 변리사와 함께 특허를 잘 쓰는 방법밖에 없죠.





7. Q&A


쓰다보니 재미도 없고 길기만 한 글이 되었는데, 읽어주신 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혹시 이런 특허 도용 사건 관련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간단한 건들은 답변 해 드릴 수 있을 듯 합니다.


덧글

  • ㅇㅇ 2015/09/15 13:39 # 삭제 답글

    의외로 인정받기가 힘든가 보군요;
  • Anonymous 2015/09/16 08:25 #

    분야에 따라 많이 다릅니다만, 의외라기보다는 대놓고 인정받기가 힘듭니다. 비단 한국에서만 그런 건 아니고 미국 등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거기는 그나마 배상금이 센 케이스들이 많아서 많이 회자되곤 하죠. 한국은 배상금도 적을 뿐더러, 기본적으로 '일단 등록받기 위한' 특허들이 너무 많아서... 이런저런 한정을 덕지덕지 붙여놓으니 실제 써먹을 수 없는 지경까지 간 특허들이 다수입니다.

    보통 그리고는 이건 다 대기업의 음모라며 대기업 탓을 하곤 하죠..
  • ㅇㅇ 2016/06/24 14:39 # 삭제 답글

    정말 좋은 글입니다
  • Anonymous 2016/06/24 16:21 #

    감사합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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