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 3일째의 점심은 키타미 시에서 가장 평이 좋아보이는 호텔 레스토랑 (이지만 사실 그냥 식당) 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오오 호텔 레스토랑 오오...
근데 생각하는 그런 막 멋있고 비싸고 그런 호텔 레스토랑 이미지는 아니고, 낡은 이미지의 동네 호텔에서 운영하고 있는 최소한의 품격만 갖춘 식당 같은 느낌입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니 아저씨가 "숙박객인지 레스토랑 이용객인지" 를 묻는 걸 봐서는 밥만 먹으러 오는 사람도 많은 것 같습니다.
18년 홋카이도 여행기: http://anonymous.pe.kr/category/1807 홋카이도 댓글과 관심은 게으른 블로거에게 많은 힘이 됩니다 ㅠㅠ |

이런저런 메뉴들이 많고 코스요리도 있습니다.
양식 일식 등 웬만한 건 다 하는 것 같네요.
타베로그를 보니 별점도 한 3.5 근방이고 메뉴들이 다들 괜찮다고 해서 기대가 좀 되는데, 가격을 보니 일반적인 "호텔 레스토랑" 의 가격대는 아닙니다. 단품이지만 8백엔대부터 시작하는데 아예 저렴이는 아니더라도 호텔 레스토랑 이름 달고 이 정도면 ㄱㅊ

후라노 오무카레 같이 그 지역 상권 부흥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지역 특산 메뉴입니다만, 전통이 없고 뭐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맛이 중요한 거고 여기서만 판다는데 들른 김에 먹어보고 가야겠죠.
지역 특산메뉴답게 돼지고기나 양배추 대신 이 지역에서 많이 나는 양파와 가리비를 사용했다고 하네요.
뜨거운 철판 위에 "마법의 물" 을 부으면
부왘 하는 소리와!
식욕을 돋구는 가리비의 향이!
라고 메뉴판에 설명이 되어 있는데 너무 8090 스타일 아닌지?
00 정도로는 업데이트가 되어야 하지 않을가..

따흑

그 마법의 물이란 건 결국 가리비 육수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ㅋㅋ
용기나 살짝 꽃무늬가 은은하게 있는 테이블보를 보니 딱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데, 으르신들을 타겟으로 한 식당인가 싶었지만 그런 것 치고는 30대 커플들도 보이는 걸 보아하니 그냥 동네가 낡아서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키타미 여기가 오호츠크 최대 도시로 인구가 무려 12만! 이나 있는 도시인데...
12만이면...
논산 정도네요.
끄덕끄덕

면 위쪽은 알덴테 아래쪽은 철판에 붙어있어서 살짝 오버쿡 된 것이 보이는데 철판볶음밥에서 누룽지 긁어먹는 식감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가리비도 푸짐하게 들어있고 온천계란 스타일로 달걀도 하나 올라가 있고, 양파와 다른 채소들도 가득가득
파프리카, 당근, 송이버섯, 감자 정도가 들어있던 것 같습니다.

취향에 따라 넣어 드시면 좋습니다.


소금간이 잘 밴 꼬들한 밀가루면에 가리비 육수에서 오는 해물의 감칠맛, 잘 볶아진 양파의 단맛이 섞여서 아 글 쓰고 있는데 침고임
살짝 뿌린 레몬즙도 의외로 해물육수랑 어울려서 상큼한 맛을 더해줍니다.
철판에 붙어서 살짝 붙은 면을 긁어먹는 것도 맛있습니다.

가리비도 크고 쫄깃한데 씹는 식감까지 좋아서 와 이건 조리를 잘 했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과연 호텔 레스토랑.. 심지어 비싸지 않기까지...
키타미에 와 볼 계획이 있으신 분은 별로 없을 거고 이 동네를 지나가는 것도 쉽지 않으며 여기서 1박을 하는 건 더더욱 잘 없을 일이겠습니다만..
만약 어쩌다 와서 한 끼를 먹고 가야 되면 여기 와서 이걸 드셔보세요.
맛있고 안 비싸고 다른 데에는 없고(중요)
좋읍니다.
다음 편은 키타미 세이게츠의 마시는 양갱 편으로
께속
덧글
중간에 논산 무시하냐고 코멘트하려 했다가...논산은 원죄(?)가 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그래도 논산 정도면 무려 스벅도 있고 체인점 식당도 웬만큼 있던데;;ㅎㅎ
논산은.. 이미 이미지가..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