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탄절 + 10년맞이 이벤트로 다녀온 웨스틴 조선 호텔의 스시조입니다.
감당 안 되는 가격을 감당하는 데에는 씨티 프리미어마일 카드 바우처가 도움을 주었습니다만 결국 그만큼 연회비를 쓴 거잖아
암튼 다녀왔습니다.
맛알못인 본인에게 있어서 특히 스시나 사시미 류는 약간 접근 불가능한 딴세상 느낌인데요
이게 2-3만원대 4-5만원대 7-10만원대 10+ 등등 가격대를 서서히 올려가면서 많이 접해보아야 뭐가 내 입에 맞고 어떤 생선이 좋고 가격대별로 뭐가 다르고 등등 파악해가며 맛의 세계를 넓힐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만, 사실 그렇게까지 지출할 정도로 돈이나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것보다 그 비용으로 다른 걸 하는 게 더 좋아서 중간에 멈췄거든요.
그러니까 스탯을 쌓아놓지도 않고 엄청 비싼 걸 먹어버리면 마치 예전에 원시 부족들이 숫자 셀 때 하나 둘 셋 넘어가면 "많다" 로 때우는 것처럼 되는 게 아닌가.
한 5만원 넘어가는 걸 먹으면 무슨 차이인지는 모르고 설명도 못 하고 "와졸라맛있다" 로 넘어가버리는 그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리고 나중에 한 8만원 써 놓고는 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지난 번보다 별론데? 하고 8만원을 써 놓고도 불만족하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좀 우려가 됩니다만 벌써 갔다와서 다 먹고 왔는데 사실 그런 건 소용없겠죠.
어쨌든 알못 입장에서 이런저런 평을 해 보겠습니다만 잘알님들이 보면 웃길 수도 있는데 그냥 에휴 그런가보다 하고 가여이 여겨주세여..

서울 한복판이라 접근성 좋은데 "더위" "시위" 2위만 조심하시면 됩니다.

후후 너무 기대됩니다.

스시 오마카세를 예약하면 다찌에 앉아서 셰프님이랑 도란도란 얘기하며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만 저희는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테이블에 앉아서 코스 메뉴를 시켰습니다.
그래서 찍어본 바깥인데 왼쪽 아래에는 재건축 연한이 30년은 지난 것 같은 분위기의 건물들이 있군요 ( ' ');;;
구로 사당 방배 양재 말고는 잘 안 다니는데다가 종로구 중구 이 쪽 가운데는 올 일이 없으니 이게 뭔지 알 수는 없네요

가격을 보지 않았지만 여기서 먹는다면
집에 쟁여놓은 거 먹겠습니다..

스시집에 왔지만 스시만 먹지 않고 다른 것들도 즐겨보자는 취지

부자가 되면 여기 와서 매운탕 먹어보겠습니다.

게를 좋아하기 때문에 별 고민 없이 요걸로

뒤에 룸이 있지만 예약하려면 룸 차지가 별도라는군요. 3만원
나갈 때 보니까 뷰는 괜찮기는 합디다.

장은 인당 하나씩 줍니다. (당연)

맛을 가장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얇고 고급지고 향이 좀 더 있고 크림치즈의 부드러움도 살짝 가지고 있는
"꽃게랑"
넵 꽃게랑.
꽃게랑에 맥주 한 잔 딱 먹으면 딱 좋겠네요.

단 하나의 단점이 있다면 통 안에 오이가 들어있었다는 것
-1000점.

요새 "간이 적당하다" "과하지 않다" 라는 표현을 많이 쓰곤 합니다만 요건 그런 과는 아니고 오히려 생각보다 약간 과한데 적당히 짠 맛이 야채스틱 찍어먹기에 훨씬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껍질까지 예쁘게 플레이팅 해서 내 주는 건 본 적이 없었는데 오오 스시조 오오..

그냥 원산지의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ㅎㅎ
참고 포스트: [샤코탄] 원조 나마우니동 미사키 - 입에서 살살 녹는 성게를 맛보세요

사실 잘 모르는 걸 먹어보려면 뭔가 예습을 해 가거나 누가 이건 무슨 맛이고 어떤 스토리가 있다 하는 걸 알려주는 게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기는 법일 것 같은데 여기에서는 저게 뭔지 잘 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 서빙해 주시면서 한 번 알려는 주셨는데 들으면서도 "ㅎㅎ그게 뭐여 암튼 맛있겠지" 하면서 넘어간 것 같기도 하고..
결론: 직원분이 엄청 친절히 자세히 알려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 말해주긴 했는데 잘 못 들어서 저게 뭔지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
역시 사람은 이것저것 경험을 많이 해 봐야 합니다.
종원이형처럼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네요.

게살하고 같이 들어있는 가지가 잘 어울렸다고 합니다.
제가 먹어보았으면 저 소스를 엄청 좋아했을 것 같은 색깔인데 아쉽네요.


구성에 차이가 있는데 뭐가 뭔지 정확히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지금까지 먹어본 참치를 입 안에 넣으면 보통 씹는 맛이 살아있거나 아니면 기름이랑 같이 확 녹거나 둘 중에 하나였던 것 같은데, 여기 참치를 입 안에 넣었을 때에는 참치의 텍스처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기름맛이 입에 고루 퍼지고 그러면서 서서히 참치가 녹는데 조직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치만큼 놀랍지는 않았지만 도미도 맛있었는데 의외의 베스트가 있었으니 바로 시마아지(줄무늬 전갱이)
입에 넣고 씹으니 일말의 저항 없이 자기 살을 내어주는 느낌인데 붉은살 생선들을 씹을 때의 녹는 느낌하고는 다르게 약간 무접점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것처럼 서걱서걱 하며 부드럽게 살이 씹히는 느낌
고소하게 지방이 퍼지는 느낌과 쫀득한 맛(인데 질감은 쫀득하지는 않음 이게 뭔소리야)
전갱이류 먹으면서 맛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와 너무 대단했습니다.


고기가 와
제가 전혀 좋아하지 않는 팍 익힌 고기인데 씹으면 무슨 이등병 수건짜듯 육즙이 계속 나옵니다.
계속 씹으면 계속 더 나옵니다.
익힌 정도를 보니 식감이 퍽퍽할 법도 한데 이 정도면 퍽퍽하지는 않다 싶을 정도에서 멈춘 느낌인데 그런 걸 느끼고 있을 때에도 육즙이 계속
좀 기념일뽕을 맞아서 대단하게 평가를 하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스시집에서 이런 걸 주면 어쩌냐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고오오오급 스테이크집에서는 더 대단한 게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같이 가지게 되네요.

아스파라거스 튀긴 건 뭐 그냥 너무 맛있었습니다 (무미건조)
솔치라는 건 처음 들어봐서 지금 쓰면서 찾아보니까 청어 새끼라고 하네요.

마치 생선구이에서 구워진 껍질을 얇은 튀김옷 맛으로 대체했는데 껍질 씹는 느낌이 그대로 나는 것 같은 희한한 것
튀김이다보니 안에 있는 생선이 보들보들 조리가 잘 돼서 더 좋았습니다.
오늘의 베스트2


비샤몬텐 코스에는 7피스가 길게 나옵니다.
주도로 도미 능성어 금태(는 처음 들음) 네기도로 아나고 계란
오늘의 베스트3 계란은 충격적인 맛이었는데 무슨 스폰지 케잌인 줄 알았습니다.
츠키지에서 먹은 타마고야끼나 스시 다이에서 먹었던 계란보다도 제가 느끼기에는 폭신한 식감이나 은은한 단 맛이 훨씬 윗길이었던 것 같네요.

뭔가 빠지고 간파치(잿방어) 가 들어가있다고 하는데 역시 잘 듣지는 못했습니다. -,-;;;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킨메다이랑 금태랑 비슷하다고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그럼 제가 먹어보고 기억하고 있던 게 킨메다이가 아닐지도; ㅋㅋ (약해짐)

생선도 생선이지만 아래의 밥이 대단했는데, 밥을 잘 지은 건지 쌀이 좋은 건지 둘 다인지(둘 다겠죠) 입에 넣으면 쌀알의 느낌이 입에서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면서도 뱅크골 같은 데처럼 팍팍 풀어지지는 않고 적당히 잘 잡아주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입 안에서 세포 모양을 유지하며 녹아들어가는 참치 조직 (뻥)

새우튀김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짭쪼름하니 간도 잘 돼 있고
튀김이 바삭하다는 느낌보다는 "잘 튀겼다" 는 느낌. 물에 빠졌지만 젖은 느낌도 많이 나지 않습니다. 신기
소바 면은 맛있기는 했는데 특별한 인상은 받지 못했네요.

겉바속촉 과하지 않은 적당한 단 맛
맛있기는 했습니다만 이 코스의 마지막은 좀 더 산뜻하게 끝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네요.
맛이 없거나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약간 묵직한 맛이라 마무리에 적당한 건가 싶은 그런 느낌

카드 바우처 12만원을 쓰고 차액에서 10%를 할인받은 가격이 15만 3천원이라니 후덜덜하기는 합니다만 한 번쯤 경험해 볼 만한 식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두 번 세 번 가고는 싶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고 --;
나중에 혹시 다른 걸로 기회가 된다면 스시 오마카세를 예약해서 가 보고 싶기는 합니다.
직원분들이 친절하셨습니다만 약간 설명을 더 해 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하네요.
여튼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거나 큰 기념일이라면 추천합니다.
좋은 곳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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