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는 교대 서관면옥에 (추천을 받아서) 다녀왔습니다.
지난 번에 북한냉면집 설눈에 다녀왔는데 거기랑 비교되는 한국식 평양냉면의 맛은 어떨까? 가 보아야겠다
라고 생각한 것도 있지만 사실 동네에서 가려고 했던 가게 3개가 다 휴업이랍시고 문을 열지 않아서 화가 나서 맛있는 걸로 분노를 달래려는 동기가 더 컸습니다 ( . .);;;
휴업빌런이 또...
사실 이번에 처음 방문한 건 아니고 몇 주 전에 평일 점심시간에 근처 법원에 들렀다가 방문해 보았었는데, 그 때에는 대기가 50분이라고 해서 와 맛집인가보다 라고 생각하고 바로 포기 후 길 건너 샘밭막국수에 갔었거든요.
이번에는 주말 2시 반쯤 방문해서 대기 없이 편하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역에서 한 두세블럭 걸어들어가서 골목에 들어가면


사진이고 뭐고 얼른 앉아서 먹구싶다...

그런데 죄다 18년 이후네요.
왜냐하면 작년에 오픈했으니까



1일 20일 한정이라는 서관 면상 같은 건 오픈시간에 맞춰 오지 않는 이상에야 먹어보기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남자놈들끼리 왔으면 어복쟁반이나 한우수육 시켜놓고 술 푸고 에헤야 데야 했을 텐데 다행히 마나님이랑 방문했기 때문에 추가 지출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

노루고기 전골이라니 혹합니다.
약용이형 맛난거 잘 드시고 다니셨군요

(사진은 없지만) 인테리어랑도 잘 어울리고
오.. 트렌디

금사빠란 바로 제 얘기가 아닐까요?


업장에서 시킨 걸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30대 남자의 습성을 아낌없이 발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꿀덕꿀떡 한통 다비움 (ㅋㅋㅋㅋ)


계란지단 쪽파 고기 등등이 올라가 있습니다.
사진 찍고 바로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어 보았는데 와 고기맛이 엄청 진하게 납니다. 육향뿜실뿜실
다 좋은데 먹을 것 위에 왜 오이 같은 게 올라가 있지요?
몇 안 되는 식당의 오점이었습니다 (ㅋㅋ)

그치만 이건 그냥 겨자 없이 (혹은 아주 조금만 넣고) 이대로 육수를 즐기는 편이 낫지 않을지?
면은 처음에 잘 안 풀어지길래 아니이게머시여 떡이졌나? 하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꽉 말아놓았을 뿐이었습니다.
면은 메밀빡 순면이라고 하는데 집근처 양양메밀막국수 같은 곳에서 먹었던 100% 메밀순면하고는 식감이 좀 다르네요.
거기 면은 "나는 메밀이니까 푸석하게 부스러질거야 하지만 메밀은 원래 이런 거친 거란다 즐겨" 같은 느낌이라면, 여기 면은 적당히 타협한 순면같지 않은 느낌, 하지만 지난 번에 먹었던 설눈 같은 곳보다는 메밀감이 좀 더 드는 적당한 식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항상 과하지 않고 중간만 가면 잘하는 거라는 말이 있던데 (상관없음)

김가루 / 들깨가루 / 쪽파 / 참깨? / 무나물

윗쪽 겨자 사진에 있는 것처럼 맛보기 냉면 육수도 함께 조금 내어주니 같이 드시면 되구요.
메밀면의 식감에 들기름 향이랑 들깨가루 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울리는데 고기나 무나물, 버섯 등의 고명을 입 안에 같이 넣고 씹으면 오 이게 진짜 맛있습니다. 입안에서 맛이 풍부하게 퍼지는 느낌
물냉면도 맛있었는데 이런 건 먹어본 적이 없어서 더 맛있었네요.
사진으로 보면 양이 되게 적어보이는데 면을 꽝꽝 눌러담아서 그런가 먹다보면 또 보기보다 크게 적은 것까지는 아닙니다.
다만 많이 드시는 분들께는 약간 부족할 수는 있겠는데요 그런 분들은 사이드 하나 시키시고 술 한 잔 하시고 하면 되지 않을까요?
마누라 말로는 서초 교대 쪽에 요새 평양냉면집들이 그렇게 많이 생겼다던데, 여기도 그렇고 서초역쪽 설눈도 그렇고 교대역이랑 서초역 사이 "동무밥상" 이라는 북한식당에도 냉면 메뉴가 있고 하여튼 뭔가 격전지의 느낌이군요.
그런데 지난 번에 갔던 설눈은 아무래도 약간 좋은 뜻으로도 나쁜 뜻으로도 북쪽, 혹은 해외 (ㅋㅋㅋ) 느낌이라 우리 취향에 안 맞을 수 있고 어떤 면에서는 또 부족한 점들도 있었는데, 이 가게는 정말 "맛있는 한국식 평양냉면" 을 판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입안을 쎄게 때리는 육수의 육향이라든지 먹으면서 계속 고소한 냉면맛이라든지
물론 그 "한국식 평양냉면" 에 너무 심취하게 되면 "식초를 타서 먹으면 이단" 이라든가.. "무슨 젓가락을 써서 어떻게 먹어야 진정 평양냉면을 즐기는 것이다" 라든가 하여튼 "우리식 전통" 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헛소리를 하게 되는 부작용이 있는데요;;
그런 "우리식 정통" 에 집착하지 않고서도 잘알도 알못도 충분히 맛있게 드실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웨이팅이 좀 있고 예약이 안 되고 가격이 좀 있다는 점은(다른 곳들도 다 비슷하지만서도) 약간의 단점으로 볼 수 있겠네요.

여자화장실은 더 깔끔하다고 하는데 아시다시피 제가 들어가서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습니다.
화장실 깔끔한 가게라 +2점 더 드립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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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블로그로 이전해서 두 번째 방문하고 다른 평을 써 놨습니다.
함께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교대] 서관면옥 - 맛의 일관성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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